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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이O서, 2021학년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번역전공 합격 | ||
수강강좌(교수님) |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번역전공(이창용어학원) | 평 가 | |
등록일 | 2020.12.21 | 조회수 | 2,671 |
1. 먼저 간단한 합격 소감을 들려주세요.
합격 발표가 난 날은 뛸 듯이 기뻤지만 시간이 좀 흐르고 나니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이제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고 앞으로 넘어야 할 더 큰 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니 막막한 기분도 들지만 그래도 정말로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2. 시험 당일, 어떤 마음으로 어떤 준비를 했나요?
<1차>
저는 올 해가 두 번째 도전이었는데 작년에도 1차는 합격 했었기 때문에 크게 긴장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작년처럼 무난하고 논지가 명확한 글을 쓰기 위해 시험 일주일 전부터는 일부러 읽기 쉬운 기사만 골라서 몇 번씩 반복해 읽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공부하면서 모아둔 유용한 단어나 문장들을 필사 하기도 했습니다. 시험 당일에는 일부러 기사는 하나도 들고 가지 않았고 이코노미스트를 읽으면서 만든 단어장과 양시래 선생님의 10월 모범 답안만 들고 갔습니다. 책상을 깨끗이 비우라는 지시가 있기 전까지 모범 답안을 계속 필사 했습니다.
올해 한영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점차 중요해질 가상현실 기술’ 과 ‘목표 설정을 할 때 중요한 것’ 이렇게 두 가지 지문이 나왔습니다. 두 지문 모두 논지가 명확하고 크게 까다롭지 않아 각각 20분만에 작성하고 10분씩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실수로 virtual 을 virture 이라고 적었던 게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생각나 1차 발표 전까지 무척 걱정이 되었지만 큰 감점 요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영한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강대국들의 세계 질서 유지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 과 ‘싱가폴과 호주에서 코로나 대응을 위한 위치추적 어플 사용을 꺼리는 현상’ 에 대한 글이 나왔습니다. 영한 또한 크게 어렵지 않아 다 쓰고 10분씩 퇴고할 수 있었습니다.
<2차>
작년에 2차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2차 전 날 너무 떨려서 평소보다 잠이 부족한 상태로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1차때와 마찬가지로 양시래 선생님의 모범 답안만 가져가서 계속 필사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올해 2차 한영에서는 ‘의료 산업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AI의 역할’ 에 대한 지문이 나왔고, 영한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논의하기 위한 시민 의회의 필요성’ 에 대한 지문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어 지문이 조금 까다롭게 느껴졌습니다. 어려운 의학 용어가 난무해 글을 다 읽고 나서 잠깐 패닉 상태에 빠졌지만 단어 하나하나에 얽매이면 글을 엉터리로 쓰겠구나, 싶어 글의 핵심 요지를 중점으로 답안을 썼습니다. 초등학생이 읽을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쉽고 간결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영한 또한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유전자 조작에 관한 지문이겠거니 했는데 읽다 보니 시민 의회에 대한 얘기 같아 시민 의회를 중심으로 잡고 글을 전개했습니다.
문제는 면접이었습니다. 작년에는 면접을 엉망진창으로 하고 나왔기 때문에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척 긴장이 되었습니다. 면접 예상 질문을 15개 정도 뽑아 대기하면서 계속 읽었는데 긴장이 되어 잘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저는 대기 번호가 3번이어서 금방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니 원어민 교수님 한 분과 한국인 교수님 두 분이 계셨습니다. 세 분 모두 마스크를 쓰고 계셨고 강의실이 넓고 텅 비어서 교수님들의 목소리가 많이 울렸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면접을 좀 빨리 진행하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작년에는 아이스브레이킹 질문도 몇 개 있었고 시사적인 질문도 있었는데 올 해는 그런 거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종이를 뒤집어 시역을 시작하라고 하셨습니다. 한영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자신감과 충동적인 선택에 관한 지문이었고 7-8문장 정도로 짧았습니다. 약간의 백트래킹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속도도 괜찮았고 큰 오역 없이 무난하게 했습니다. 영한은 경제 관련 지문이었는데 내용 자체는 까다롭지 않았으나 모르는 단어도 군데군데 있었고 각 문장이 꽤 길어서 백트래킹을 좀 많이 했습니다. 중간에 너무 버벅대서 죄송하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시역이 전부 끝나자 고개를 끄덕끄덕 해주셔서 작년보다는 나았구나, 싶었습니다. 작년에는 정말 갑분싸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왜 번역 공부를 하고 싶은지, 번역 경험이 있는지,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졸업 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셔서 모두 솔직하게 답변 했습니다. 면접을 보는 내내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고 입 안이 바짝 말랐지만 긴장에 압도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습니다. 참고로 면접은 전부 영어로 진행되며 갑자기 한국어로 질문을 하셔도 영어로 답변을 하셔야 합니다. 면접이 끝나자마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끝났어’ 한마디 내뱉고 엉엉 울었습니다. 왜 눈물이 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발표를 기다리는 지옥 같은 2주가 시작되었습니다.
3.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을 졸업하고 2년 간 취업 준비를 했습니다. 말이 취업 준비이지 사실 방황하며 보낸 시기였습니다.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잘하는 것도 없는 거 같은데 어쩌지 하면서 현실을 도피할 겸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었는데 그 과정에서 점차 번역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유튜브 영상을 재미로 번역하기 시작했고 번역한 영상을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공유하는 낙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번역을 배우고 싶으면 통번역대학원에 도전 해보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4. 입시 준비를 시작할 때 자신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였다고 생각하나요?
토익으로 개인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토익은 930점이었고 원어민과 일상 대화 정도는 가능했으나 시사적인 내용을 얘기할 때면 거의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글쓰기는 더 처참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이 시험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영자 신문도 읽어본 적이 없고 영작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습니다. 아마 제가 학원에서 제일 영어를 못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5. 영어 공부 경력 (영어 전공, 어학연수, 영어권 국가 거주, 영어 활용 업무 등)은 어느 정도 였나요?
학부 때 전공은 영어와 아예 관련이 없고 부전공이 영어 관련 학과였으나 씨쁠로 가득해 거의 농부의 밭 수준이었습니다. 해외 경험은 고등학생 때 한달 정도 영어권 국가에서 체류했던 것 말고는 없습니다. 그나마 거기서도 수업 시간에 말귀를 못 알아들어 졸다가 혼나기 일쑤였습니다. 저는 하도 혼나서 제가 인종차별을 당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그 때 이후로 영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생겼습니다. 거기서 처음으로 제 또래 한국인 학생들이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6. 입시를 준비를 시작할 때 다짐했던 것이나 마음 자세 등 어떤 생각을 했나요?
그런 거 없이 그냥 단순무식하게 시작했습니다. 저는 생각이 많으면 지레 겁먹고 금방 포기하는 성격이라 무작정 덤볐습니다. 하도 갑자기 시작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는 다들 뜬금 없이 무슨 대학원 준비냐며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7. 특별히 이창용어학원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통대 진학을 결심한 날 바로 네이버에 통대 입시 학원을 검색하니 가장 먼저 나왔기 때문입니다.
8. 공부를 하면서 쌓은 나만의 입시 공부 노하우가 있다면?
( WRITING / SPEAKING / NOTE-TAKING등 영역별 공부 방법 및 기타 노하우)
번역과라고 해서 글쓰기에만 치중해서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국내파이기 때문에 무조건 다양한 형태의 인풋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 시작과 끝을 영어로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욕타임즈 모닝브리핑을 간단하게 읽고, 샤워 하거나 버스를 타거나 운동할 때 영어 팟캐스트만 듣고, 궁금한 게 있으면 무조건 영어로 찾아서 영어 기사만 읽고, 쉬는 시간에 게임도 영어로 하고, 노래도 팝송만 듣고, 유튜브도 영어 영상만 보고, 주말엔 원어민 친구랑 4-5시간 통화하기도 하고, 잠자기 전에 명상도 영어로 했습니다. 근데 영어가 좋으니까 이 모든 것이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고 그냥 제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져 힘들거나 부담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시험 2주 전부터는 번아웃이 와서 정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는데 그 와중에도 울면서 구글에 “How to overcome burnout” 을 검색해서 관련 영어 기사만 몇 시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쌓은 인풋이 시험장에서는 하나의 글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입시 공부 노하우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닥치는대로 많이 듣고, 읽고, 말하고, 쓰시면 됩니다. 저는 이 시험을 준비하기 전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 본 적도 없고, 공부를 잘해본 적도 없어서 정말 단순무식하게 공부했습니다. 양시래 선생님의 모범 답안을 한 50개는 통암기 했고 필사는 수도 없이 했습니다. 입시가 끝나고 여태 쓴 펜을 세어보니 40개 정도 되었습니다.
한 가지 공부 관련 팁이 있다면 가장 어렵고 가장 하기 싫은 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면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읽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아침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읽고 후딱 끝내니까 그 다음 할 일들이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9. 이창용어학원에서 본인에게 가장 도움 됐던 수업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양시래 선생님의 영작심화 수업과 외대 1차 모의고사 수업만 꾸준히 들었습니다. 초반에는 첨삭을 돌려 주실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어서 돌아올까, 차라리 받지 말까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고통스러운 첨삭이 아니었다면 저의 글쓰기는 나아질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모범 답안을 계속 통암기 하고 필사 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엑설런트를 받는 횟수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10. 입시 준비 기간 동안 하루를 어떻게 보냈나요?
(수업, 자습, 스터디 등, 기간에 따라 어떤 비중으로 나누어 공부했는지 등)
작년 면접에서 크게 데인 후 올해는 4월쯤 스터디 파트너를 구해 반년간 꾸준히 시역 스터디를 했습니다. 초반에는 주3회 세 시간씩 하다가 여름부터는 주2회 두 시간으로 줄이고 개인 공부 시간을 더 늘렸습니다. 매일매일 공부하는 시간은 조금씩 달랐지만 평균적으로 6-7시간은 꼭 했습니다. 평균보다 덜 한 날도 있고 더 한 날도 (많지는 않지만) 있었습니다. 저는 공부 시간에 집착하기 보다는 오늘 하기로 한 공부가 끝났으면 그냥 맘 놓고 푹 쉬었습니다. 매일 꾸준히 했던 것들은 (1) 뉴욕타임즈 모닝브리핑 읽기, (2) 이코노미스트 기사 읽기, (3) 단어 및 표현 정리하기, (4) 모범 답안 통암기 및 필사하기, (5) 스터디 자료 복습하기 정도였습니다. 공부가 다 끝나고 놀 때는 원어민 친구와 통화하며 게임을 하거나 같이 넷플릭스를 봤습니다. 이렇게 놀면서 주워들은 단어나 표현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11. 이창용 어학원의 담당 선생님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양시래 선생님! 감사한 마음을 말로 다 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제 못난 글들을 보고 꼼꼼히 첨삭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영작 실력에 정체기가 왔을 때 힘든 마음을 어디에도 티내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어떻게 눈치를 채시고 조용히 부르셔서 부담 갖지 말라며 담담히 위로 해주셨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없었을 겁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최고의 스승님 이세요.
12. 마지막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부하겠지만 이 공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 혹은 내 스터디 파트너는 엑설런트를 받았는데 왜 나만 제자리일까 하고 자책하는 것만큼 쓸모 없고 해로운 게 없습니다. 심지어 그 생각도 틀렸습니다. 제자리가 아닙니다. ‘왜 제자리인 거야!’ 하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비교를 할 거면 어제의 자신과 비교를 하는 게 낫습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단어를 하나라도 더 안다면 그만큼 또 나아진 겁니다. 그까짓 게 뭐라고 하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어제보다 키가 1cm 더 커서 좋아하는 아이에게 그까짓 1cm 아무것도 아니라고 못하잖아요. 똑같은 겁니다. 아무리 미미해도 성장은 성장이죠.
중학교때까지 알파벳을 몰라 친구들 앞에서 'MP3'라는 단어를 못 써 얼굴이 화끈거렸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저는 늘 제 또래들보다 시작이 늦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보시는 분이 누군지는 몰라도 나는 이미 늦었다며 시작도 하기 전에 겁먹지 마세요. 제가 했으면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지레 겁먹지 마시고, 중간에 포기하지 마시고 그냥 묵묵히 계속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모두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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