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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김은영, 2019학년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통역전공 합격 | ||
수강강좌(교수님) |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통역전공(이창용어학원) | 평 가 | |
등록일 | 2019.02.11 | 조회수 | 6,340 |
김은영, 2019학년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통역전공 합격
1. 먼저 간단한 합격 소감을 들려주세요.
합격 발표가 난지도 벌써 꽤 되어서 소감이라고 할 만한 감흥은 사라졌습니다. 하루 빨리 입학하고 졸업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2. 시험 당일, 어떤 마음으로 어떤 준비를 했나요?
<1차 시험>
입시공부 내내 2차보다 1차 시험이 훨씬 걱정되었습니다. 토플공부 시절에 스피킹은 매번 30점인데 라이팅은 28점을 넘기지 못해 약점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차 시험 전날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교보문고에 가서 시사잡지를 훑었고, 외대 고사장 건물에 직접 가보았습니다. 시험당일 학교에 11시쯤 도착했습니다. 너무 일찍 인지라 학원 선생님/수강생 분들이 아무도 안 보였습니다. 주변의 카페에서 들고 온 자료를 훑으며 손에 안 익은 표현들을 휘갈겨 써보았습니다. 사실 카페의 음악소리도 크고 마음도 불안한 상태라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뭔가 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굳이 시험 몇시간 전에 도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고사장 입실 후엔 시간안에 완성하지 못할 까봐 걱정되었습니다. 양시래 선생님 수업 때 항상 시간이 아슬아슬했기 때문입니다. 시험시작과 함께 최대한 빨리 읽고 써내려 갔습니다. 그 결과 네 칸 다 꽉 채워서 썼는데도 10분이 남았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단어 몇 개 수정했습니다. 지나치게 길어진 문장이 마음에 걸렸지만, 볼펜으로 작성한 것이라 수정하면 지저분할 것 같아서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시험종료 후 답안지 제출하고 나니 양쪽 어깨에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빨리 쓰기 위해 힘을 준 탓에 굳은 것입니다. 또한 오른손에 펜자국이 빨갛게 나 있었는데, 긴장 탓에 손에 땀이 나서 볼펜이 미끄러워지자 놓치지 않으려고 꽉 쥔 결과였습니다.
시험지문 난이도는 학원에서 연습했던 것에 비해 평이했습니다. 영한지문은 교통체증문제 발생원인에 대한 것이었는데, 양시래 선생님 수업 때 다뤘던 자료 중 하나와 유사했습니다. 다만, 선생님 자료에선 ‘교통체증 발생 시간대에 차도사용료 부과’라는 해결책까지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영한 확장문제가 ‘해결방안 제시’라서 이 해결책을 쓸지 말지 고민되었습니다. 만약 선생님 수업을 들은 모든 응시자들이 같은 해결책을 쓴다면 학교 측에서 불이익을 주진 않을까 걱정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내용 대신 ‘자율주행자동차’와 ‘하늘을 나는 자동차’ 를 썼습니다. 이 유치한 해결책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금은 허무맹랑하게 들리겠지만 몇 십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기기였다는 것을 잊지 말자’ 라고 결론문단에 썼습니다. 1차 합격 발표 후 스터디 파트너들과 얘기해보니, 그 해결책을 쓴 사람과 안 쓴 사람 다 합격했기 때문에 변수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한영지문은 영한지문에 비해 조금 생소했는데, 한 사람의 정치성향을 명품소비지향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영 확장문제는 ‘정치성향을 엿볼 수 있는 행동의 다른 예시 들기’였습니다. 이에 저는 학원자료에서 수차례 본 ‘확증편향’과 ‘가짜뉴스’의 개념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인터넷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있기 때문에 그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인터넷 조사 바탕으로 판단하기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중 자신의 평소 정치성향에 부합하는 것을 믿는다. 즉, 인터넷의 어느 정보를 믿는지를 통해 역으로 정치성향을 추측해볼 수 있다’ 고 논리 전개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이 주장에 대해 보수성향과 진보성향 예시를 하나씩 드는 것이었는데, 공간이 부족해 보수성향 예시만 썼습니다. 기후변화/지구온난화가 가짜뉴스라고 말하며 이를 증명하는 듯한 연구결과를 검색해서 보여주는 미국인의 예시를 썼는데, 이는 제 실제 경험입니다. 이를 통해 학원공부도 좋지만, 평소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교환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지문 출처를 조사해보니, 영한지문 내용이 놀랍게도 제가 평소 즐겨보던 유투버인 CGP Grey의 인기영상 중 하나와 동일했습니다. 유투브 추천에 몇 달간 떠 있었는데 재미없어 보여 무시한 영상이었습니다. 제가 시청한 CGP Grey영상이 수십개인데 하필 보지 않은 것에서 출제된 것이 억울했습니다. 관심이 가는 영상만 편식하지 말고 ‘닥치는 대로’ 보자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2차 시험>
동생과 외대에 미리 도착해서 스터디를 한시간 정도 진행했습니다. 입시준비 하며 종종 집에서 아버지나 동생에게 지문 읽고 크리틱 해 달라고 부탁하곤 했는데, 시험 당일에도 동생에게 부탁한 것입니다. 그 스터디 때 유독 누락발생이 많아서 불안해졌습니다. 동생이 크리틱은 아예 안하고 ‘괜찮다’ ‘잘 했다’고 말해줬지만, 전날 숙면을 취하지 못해 뇌가 덜 깬 상태인 것이 아닌가 싶어 불안해하며 커피를 잔뜩 사서 대기실에 입실했습니다. 시험직전 스터디는 입을 풀기에 좋지만,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애경홀에 대기하러 가니 너무 긴장되어 통역연습이 불가능했습니다. 저는 긴장되면 뭔가 하면서 정신 분산시켜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들고 온 자료를 소리내 읽었습니다. 싸이트를 할 정신도 없어서 그냥 ‘딜리버리를 향상시킨다’는 느낌으로 지문들을 읽다가 일찍 불려갔습니다. 막상 고사실 앞 대기의자에 앉으니 긴장이 좀 풀렸습니다. 제가 대기하는 동안 옆에 서 있었던 시험진행 조교 선배가 알고 보니 친구의 친구라서 급 친한 척하며 대화하다가 고사장에 입실했습니다.
교수님 세 분 앉아 계셨는데, 좌측에 원어민교수님, 중앙에 여성교수님, 우측에 남성교수님 이셨습니다. 여성교수님께서 ice-breaking 진행하셨는데, 대기할 때 조교 선배가 ‘ice-breaking에서 힘 빼지 마세요’ 라고 조언해줬는데도 불구하고! 긴장감과 지나친 의욕이 결합되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긴 ice-breaking을 한 것 같습니다.
영한지문부터 진행했는데 원어민 교수님께서 매우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 주셨습니다. 지문 길이는 평소 원장님 지문에 비해선 짧고 김경민 선생님 지문에 비해선 긴 느낌이었습니다. 천적으로부터 동족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를 폭탄처럼 폭발시키는 개미종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생소한 주제였지만 난이도는 평이해 무리 없이 통역했습니다. 다만 마지막 한 줄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 1초 정도 기다렸다가 포기하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라고 했는데, 시험장에서 나오는 순간 기억나서 아쉬웠습니다. 집에 와서 아버지께 지문내용을 말씀드리니 ‘아 그 기사 얼마전에 봤는데’ 라고 하셔서 제가 배경지식이 얄팍했음을 반성했습니다. 평소 디스커버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픽도 꾸준히 봐 뒀어야 했습니다.
한영지문은 남성교수님께서 읽어 주셨는데, 아침식사가 세끼 중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지문을 들을 때 조금 헷갈렸는데, CGP Grey영상과 Vsauce영상을 통해 정반대의 내용을 접한 적 있기 때문입니다. 각 ‘아침식사를 하지 않아도 건강이 상하지 않더라’, ‘아침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것은 한 심리학자가 사회적실험을 하며 퍼뜨린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 식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와 같은 첫 문장을 들었을 때, 속으로 ‘아하 이제 반전이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했고, ‘~~한 이유 때문에 아침식사는 중요합니다’라는 식의 둘째 문장을 들었을 때 ‘다음 문장에 반전이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셋째 문장에서도 주장을 쭉 이어 나가자 약간 당황했습니다. 지문난이도 자체는 평이했지만 이런 잡념이 생겨서 조금 방해된 것 같습니다.
통역은 1/3 지점까지 무리없이 했는데, 갑자기 다음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아찔했지만, 곧 이어 ‘허무하게 끝낼 순 없으니 일단 아무 말이나 뱉자’고 결심했습니다. 이때 발생한 정적이 1~2초 정도였던 것 같은데, 그 전까지 끊김 없이 말하고 있었으므로 티가 많이 났습니다. 시간 끌기 위해 ‘So…it’s clear that breakfast is the most important meal for your health…’정도 말했을 때 갑자기 생각이 다시 나서 ‘..because if you are a parent who eats breakfast, your children are likely to have breakfast as well’ 이런 식으로 이어 붙였습니다.
시험 직전 김태훈 선생님 수업에서 실전처럼 통역연습 한 것을 영상으로 받아 보니, 지문 들을 때 너무 많이 끄덕거리는 것이 우스꽝스럽길래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으나 막상 면접 땐 저도 모르게 그러고 있었습니다. 또한 발표할 때 김경민 선생님으로부터 여러 차례 아이컨택 하라는 크리틱을 받았었지만, 시험장에 가니 아이컨택 하는 순간 메모리가 날라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전혀 하지 않았고 원어민교수님과 여성교수님 머리 사이의 흰 벽만 계속 쳐다봤습니다. 평소 습관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2차 시험은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게 본 느낌이었습니다. 학원에서 ‘실제 시험에선 학원발표때에 비해 70퍼센트도 안 나온다’라는 얘기를 자주 들어 그러리라 예상했지만, 학원발표의 평균보다 잘 본 느낌이었고 긴장도 덜 했습니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3.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통역사가 원래 장래 희망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학생 시절 잠시 관심을 가졌던 여러 직업 중 하나입니다.
새내기 때 가장 관심 있었던 직업은 아나운서였는데, 아나운서 학원비를 알아보니 비쌌습니다. 경제적 독립에 대해 엄격하셨던 부모님은 학원에 다니고 싶다면 돈을 벌어서 다니라고 하셨고, 이에 따라 저는 어린 나이부터 영어학원 강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을 벌어도 대학교 학비와 생활비를 내고 나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영어강사 경력이 늘면서 목표를 ‘스타강사’가 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를 위해 막학기엔 많은 스타강사들을 배출해낸 대형어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무명강사에 불과했고, 인지도가 낮은 제가 버는 돈은 크지 않았습니다.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수입이 더욱 적어지자 어쩔 수 없이 기업 취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대부분 기업의 서류시즌이 끝난 후였습니다. 저는 아무데나 가자는 심정으로 이름은 들어봤지만 별 관심 없는 회사에 서류를 넣었고, 한달 반 후 출근 시작했습니다. 회사 생활은 미치도록 단조로웠습니다. 저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회사에선 하루 종일 말없이 서류작업 및 번역을 해야 했습니다. 억지로 버티다 너무 우울해져서 11개월차에 퇴사했습니다.
당장 다음날 출근할 곳이 없어지자 막막했습니다. 그때 통역 알바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같이 일한 통대생 언니가 저에게 통대 진학을 추천한 것이 떠오른 겁니다. 그래서 네이버에 통대입시 학원을 검색했고, 이창용어학원을 알게 되어 퇴사 다음날부터 수강 시작했습니다.
학원 수업을 들어보자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재미있다. 둘째, 해 볼만하다. 그래서 기왕 통대입시 하게 된 것, 계획엔 없었던 선택이지만 통역사가 천직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4. 입시 준비를 시작할 때 자신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였다고 생각하나요?
중학교 때 까지만 해도 제가 영어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용인외고에 진학해보니 영어과에 유창한 해외파 친구들이 많았고, 한양대 국제학부에 진학해보니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동문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영어보단 한국어를 잘하고, 토플도 120점이 아닌 118점이 최고 점수입니다.
그러나 제 영어실력은 제 수준의 한국어실력을 가진 사람들 중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영어 유창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사람들은 한국어가 그만큼 아쉽고, vice versa인 것 같습니다. 제가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재외국민보단 덜 유창하겠지만, 한국어를 야무지게 구사하는 것 치고는 높은 영어실력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유창성을 모국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평생에 거쳐 매진해야 할 과제 같습니다.
5. 영어 공부 경력 (영어 전공, 어학연수, 영어권 국가 거주, 영어 활용 업무 등)은 어느 정도 였나요?
학생들은 보통 ‘국내파’ 혹은 ‘해외파’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중 무엇으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늘 애매했습니다.
미국에 2세~4세 때 거주했습니다. 어머니에 의하자면 어린이집을 다녔다고 하는데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이후 파키스탄에 8세 때 거주했습니다. 국제학교는 너무 비쌌기 때문에 로컬스쿨을 다녔었고, 전교에서 비파키스탄인 학생은 저와 제 동생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전 과정을 한국에서 교육받았습니다. 일반학교를 다녔고, 외고에서도 영어과가 아닌 중국어과에 진학했습니다. 영어과에선 해외대학 진학을 목표로 미국 교과과정을 영어로 가르치는 반면, 중국어과는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내신과 모의고사 중심의 커리큘럼이었습니다. 해외대학 학비 걱정으로 영어과엔 지원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저는 해외파라고 부르기엔 외국에 너무 짧게, 어렸을 때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문화적 정체성은 해외파에 가깝습니다. 한국에 살면서도 미국 대중문화만 소비하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영어공부를 시키기 위해 저와 동생을 미국 만화영화와 음악에 노출시켰는데, 그게 취향으로 자리 잡아 한국 대중문화를 외면(?)하며 자랐습니다. 동방신기 대신 에이브릴라빈, 포켓몬 대신 킴파써블… 사춘기 땐 영어로 된 하이틴 소설도 많이 읽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저와 동생은 지금까지도 영어로 대화합니다.
영어학원도 꾸준히 다녔습니다. 초등학교~중1 때는 외국인 선생님들과 자유롭게 떠들고 노는 곳에 다녔습니다. 중2~3 때는 외고입시 학원을 다녔고, 고1~2 때는 영어학원에 다니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입식교육이 너무 싫어서 친구들 EBS 푸는 시간에 일탈하듯이 미드와 Late night talk show를 봤고, 미국/영국 락음악에 심취했습니다. 덕분에 영어는 유지된 것 같습니다. 고3 6월부터 대입 영어특기자전형 학원에 다녔습니다.
국제학부에선 수업이 전부 영어로 이뤄졌기 때문에 좀 늘었지만 후에 다중전공인 중문과 수업을 들으며 유창성이 떨어졌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늘 쓰는 영어만 썼기 때문에 유창성이 떨어져 걱정됐습니다. 다행히 이창용어학원을 다니며 감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 드리지 않고 영어로 얘기하면 다들 해외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도록 두는 편입니다.
6. 입시 준비를 시작할 때 다짐했던 것이나 마음 자세 등 어떤 생각을 했나요?
부모님과 상의 없이 갑자기 회사생활을 때려치우고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안정적인 직장에 계속 다니기를 바라셨습니다. 그 바램을 어겨가면서까지 준비했기 때문에 실패는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제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비장한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초시에 떨어진다면 재수는 불가능했습니다. ‘재수는 사치다’라는 집안 분위기도 있었지만, 더 현실적으론 돈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4월에 입시 준비를 시작하며, 회사 다니면서 들었던 적금을 깼습니다. 학원비에 각종 생활비를 평균 잡고 계산해보니 10월까지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11월 초에 입시를 끝내고 바로 돈 벌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불합격 가능성을 0%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입시 준비를 하며 오해가 있었는데, 입학 등수가 공개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높은 등수로 입학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입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극복할 기회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외고 출신 비SKY생들은 공감할 것입니다. ‘김은영이 멍청하지 않다’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만들기 위해 높은 입학 등수가 필요했습니다.
합격자 발표 후 학교에 전화해 알아보니 입학 등수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허무했지만, 그 오해 덕분에 더욱 치열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7. 특별히 이창용어학원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네이버에 검색해본 결과 통대입시 대표학원이었기 때문입니다.
8. 공부를 하면서 쌓은 나만의 입시 공부 노하우가 있다면?
별다른 노하우는 없지만, 신경 썼던 영역인 ‘메모리’, ‘배경지식’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메모리]
학원 수강을 막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수업과 스터디를 통해 반복훈련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모리스팬이 늘었습니다.
제가 터득한 방식은, 출발어를 듣는 동시에 바로바로 도착어로 바꿔서 머리에 입력한 후, 그 도착어를 떠올리며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단어 단위로 기억하기 때문에 디테일에 강하다는 것이었고, 단점은 의역이 필요할 때 직역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메모리는 컨디션에 따라 많이 달라졌습니다. 컨디션이 최상일 때는 숙면 후 카페인 과다섭취 직후인데, 머릿속이 깨끗한 기분이 들면서 세상이 카메라 밝기+10 한 것처럼 좀 하얘 보이고, 심할 땐 철봉에 거꾸로 매달렸을 때처럼 별(공중에 흰 반점)이 보이기도 하고, 음원소리가 에코효과를 넣은 것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피곤할 때는 단어가 뇌에 실시간으로 착착 꽂히는 것이 아니라, 단어가 들리는것과 뇌에 입력되는 것 사이에 버퍼링이 생겼습니다. 이럴 때는 인위적으로 몰입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는 이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는 주문을 걸듯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크게 뜨거나, 미간을 찡그리거나, 손을 꼬집었습니다.
[배경지식]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늘리기 위해 유투브와 팟캐스트를 애용했습니다. 저는 원래 유투브 중독자인데, 입시를 준비하면서 도움이 될 법한 영상 위주로 보려고 했습니다. 즐겨봤던 채널은 CGP Grey, The School of Life, Kurzgesagt, Asap Science, Coffee Break, Vsauce입니다. 미국시사가 궁금할 때는 CNN같은 뉴스 영상도 봤지만, 재미를 위해 시사풍자 Late night talk show를 많이 봤습니다. The Daily Show with Trevor Noah도 재미있고, 트럼프 비판은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만한게 없습니다. 국가별 시사 사건 정리는 Last Week Tonight with John Oliver이 잘합니다.
팟캐스트도 많이 들었는데, 여러 분야에 거쳐 100개 정도 구독해 놓고 알림 뜬 것 중에 그때 그때 끌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씻을 때, 화장할 때, 학원 등/하교할 때, 혼밥 할 때 등 시간 날때마다 들었습니다. 즐겨 들었던 것은 NPR Hidden Brain, BBC Business Daily, Malcolm Gladwell’s Revisionist History, Chips with everything, BBC Global News Podcast, WSJ What’s News, WSJ Minute Briefing, CNN State of America with Kate Bolduan, Techmeme Ride Home입니다.
근데 중요한 건, 실제 시험 때 배경지식으로 인해 오히려 잠시 헷갈렸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평소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읽고 들어 놓는 것이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장기적으론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9. 이창용어학원에서 본인에게 가장 도움 됐던 수업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많은 선생님들의 수업을 들었는데,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도움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도움되었던 수업’을 꼽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수업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김태훈 선생님 종합통역실전C]
김태훈 선생님은 고난이도의 디테일이 많은 지문을 들고 오시는데, 메모리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느낌이 들어 흥미진진했습니다. 제 생각에 통대입시 공부는 ‘학습’보단 ‘훈련’에 가까워, 게임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복잡한 지문은 challenging하고 자극적인 게임에 빗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리틱을 굉장히 꼼꼼하게 해주시고, 날짜별로 엑셀에 기록하셔서 이전 발표 대비 무엇이 좋아지고 나빠졌는지 알려주십니다. 그러다 보니 크리틱의 양이 많다고 느껴져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지만, 집에 가서 발표녹음을 들으며 크리틱 필기를 읽어보면 다 맞는 말이라 끄덕끄덕하게 됩니다.
수강생분들의 질문을 다 받으시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는 원래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사람인데 제 많은 질문들을 포용해 주셔서 감사했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늘 준비되어 있으셔서 멋있으셨습니다.
자료에 지문뿐만 아니라 각 지문의 생소한 어휘/표현도 정리해 오시는데, 저는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하진 않았고 수업시간에 다른 수강생분 발표/크리틱 할 때 짬짬이 보았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 발표/크리틱 경청하는 것도 학습효과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저는 개인적으로 멀티태스킹을 선호해서 할 것이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수업도 도움이 되었지만, 선생님의 캐릭터 자체가 동기부여에 큰 도움되었습니다. 제가 본 김태훈 선생님의 캐릭터는 완벽주의/워커홀릭/야심가신데, 제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과 같아서 저에게 일종의 롤모델 이셨습니다. 반전인 것은, 선생님 캐릭터상 냉철하실 것 같은데, 제가 이대와 외대 사이에서 고민할 때와 입시 중 슬럼프가 왔을 때 자상하게 상담해주신 점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수강생을 위해 친절히 시간을 내주시는 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창용 선생님 종합통역실전A]
원장님 자료는 실제 시험과 유사한 난이도라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8월 즈음부터는 지문의 수를 늘려 스피디하게 진도 빼시는데, 이 수업들이 좋았습니다. 언제 마이크가 나에게 올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연속적으로 청취에 집중하는 기분! 마치 runner’s high처럼 엔도르핀 돌면서 기분이 고조되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을 떠나 그 자체로써 rewarding했습니다. 들을 땐 긴장하고 발표 안 걸렸을 땐 긴장 풀고, 이게 빠른 속도로 반복되면서 드는 몰입감이 너무 좋아서, 설령 이 시험을 준비하지 않더라도 이 두근거림을 위해서 이 수업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러다 발표 걸려서 망하는 날에는 기분이 다음날까지 우울했지만…
이 수업의 또 다른 장점은 유머러스 하다는 점입니다. 원장님께선 농담을 적재적소에 잘하셔서, 집중했다 웃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3시간이 끝나 있습니다. 실제 연세에 비해서 젊고 유쾌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라서 ‘나도 미래에 저런 분위기의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입시학원임에도 분위기가 삭막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원장님 역할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Nate 선생님 네이티브 영영에세이]
에세이 슬럼프가 왔을 때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수업입니다.
양시래 선생님 수업에서 에세이 첨삭 결과가 Good부터 Excellent까지 들쭉날쭉했습니다. 공부량에 비례 하지도 않고,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잘 쓴 정도와 선생님 첨삭 결과가 다르다 보니 불안감이 컸습니다. 또한 시간안에 에세이 완성하는 것도 늘 아슬아슬해서 미완성 에세이로 인해 불합격할 까봐 두려웠습니다.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8월부터 Nate 선생님 수업을 추가했습니다. 덕분에 에세이에 대한 인식을 ‘스트레스 받는 것’ 으로부터 ‘재미있는 것’ 으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두 수업에서 다루는 지문 분위기가 매우 달랐습니다. 양시래 선생님은 무겁고 시사적인 지문이 많았던 반면 Nate 선생님은 가볍고 흥미로운 지문 위주였습니다. 그래서 재미있고 빠르게 쓸 수 있었습니다. 또한 Nate선생님은 못쓴 부분을 첨삭해주기보단 잘 쓴 부분을 칭찬해 주셨는데, 이를 통해 에세이에 대한 자신감 회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틀리게 쓴 부분을 철저히 지적 받는 것이 실력향상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이 있듯이, 용기를 북돋아주는 수업을 겸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꾀한 것이 제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업 외 개인적으로 쓴 에세이도 다 첨삭해 주어서 감사했습니다. 또한 질문도 다 받아 주시고, 가끔 지문에 대한 생각을 말로 나눠본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수업들 외에도 모든 수업이 정말 유익했지만, 합격후기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관계로 더 적지 못해 아쉽습니다.
10. 입시 준비 기간 동안 하루를 어떻게 보냈나요?
(수업, 자습, 스터디 등, 기간에 따라 어떤 비중으로 나누어 공부했는지 등)
저는 일정이 없으면 하루 종일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보내는 게으름뱅이기 때문에 수업과 스터디를 많이 잡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학원 수강생 중 제가 수업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통역실력향상에 장기적으로 도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는 적게는 두 개에서 많게는 네 개까지 진행했습니다. 그 외 자습은 팟캐스트 청취 외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수업]
4월: 원장님실전 + 태훈쌤실전 + 양쌤모의
5월: 원장님실전 + 태훈쌤실전
6월: 태훈쌤실전 + 양쌤모의
7월: 원장님실전 + 태훈쌤실전 + 양쌤모의
8월: 원장님실전 + 태훈쌤실전 + 양쌤모의 + 경민쌤단과 + Nate쌤에세이
9월: 원장님실전 + 태훈쌤실전 + 양쌤모의 + 경민쌤단과 + Nate쌤에세이 + Ron쌤주말
10월: 원장님실전 + 양쌤모의 + Nate에세이
10월말: 태훈쌤실전 + 허훈쌤실전
11월초: 태훈쌤단과
9월엔 지나치게 많이 들어 체력방전으로 아팠습니다. 무조건 많이 듣기보다는 각자의 체력에 맞게 전략적으로 수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느 수업이던 간에 제일 첫번째 줄에 앉았는데, 음원과 가까이 앉으면 더 잘 들릴까 싶은 마음과 질문하기 위해 손 들었을 때 눈에 잘 띄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너무 가까이 앉아 선생님들께서 부담스러우셨다면 죄송합니다.
[스터디]
수업 때 안 본 자료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항상 성실히 하진 않았고, 스터디를 빙자한 수다타임도 많았습니다. 스터디파트너들이 각자 자기 시간이 아까울 텐데 제가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하소연 할 때마다 들어주고 위로해줘서 정말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좋은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면 건강한 멘탈 유지에 도움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스터디 한 수현이, 은교언니, 그리고 선영이 모두 함께 외대에 합격하여 기쁩니다.
[자습]
제 에세이의 첨삭 받은 버전과 모범 에세이를 공책에 나란히 필사하며, 제 손에서 나오지 않을 법한 표현이나 단어를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성실하게, 모든 에세이를 필사했던 것은 아닙니다.
가끔 집으로 배달오는 뉴욕타임즈를 오핀니언 위주로 읽기도 했습니다.
단어를 따로 외우지는 않았으나 유투브/팟캐스트 청취 중 모르는 단어가 들리거나, 갑자기 궁금한 단어가 생기면, 네이버사전에 검색해본 후 스크린샷을 찍었습니다. 입시공부 하며 신기한 현상을 겪었는데, 랜덤하게 잘 모르는 영단어가 머리에 팝업창처럼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 단어가 무슨 뜻이더라?’ 하면서 하루에 수차례 하던 일을 멈추고 사전을 검색해봤습니다. 사진앨범 용량이 부족하다고 뜨면 공책에 스크린샷 찍어 놓은 단어들을 정리하며 삭제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외워지는 단어도 있었습니다. 학원자료에 정리된 단어를 인위적으로 외우는 것은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게으른 태도는 앞으로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11. 이창용 어학원의 담당 선생님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2. 마지막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불안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겠지만, 학원 다니면서 스터디 하다 보면 어느새 입시 기간 끝나 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는 기간이니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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