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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011학년도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통역과 합격 | ||
수강강좌(교수님) | () | 평 가 | |
등록일 | 2015.12.22 | 조회수 | 2,089 |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탁성은, 2011학년도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통역과 합격
*들어가기에 앞서
한 주만 더 지나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돌이켜보니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foreclosure조차 몰랐던 탓에, 스크립트를 확인하기 전까진 몇 번씩 들어도 뉴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어느 날엔 영한통역을 하는데, decent를 dissent로 들었지 않겠어요? 전혀 다른 두 단어를 혼동했으니 과연 얼마나 엉뚱한 통역을 했을지 상상이 될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런데, 합격 수기를 쓸 수 있게 된 지금도 어휘력이나 청취력 등 여전히 여러 면에서 부족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합격 수기를 쓰는 게 참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1997년도에는 중국어과 학생으로 처음 이문동 땅을 밟았다가, 14년 만에 통번역 대학원생으로 다시금 이문동 땅을 밟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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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발선
소위 ‘국내파’라고들 하잖아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어릴 때 학업 환경이나 대학 전공도 그렇고, 일찍이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환경은 가져보질 못했습니다. 단기 어학연수의 기회조차 가지질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영어를 시험 과목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서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세 차례나 병치레를 하느라 휴학을 했던 터라, 전공과목부터 제대로 따라가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력이 없더라도 적어도 아침에는 눈이라도 뜨고 있자는 생각에 EBS모닝스페셜을 틀어놓기 시작했는데, 그 덕분에 영어의 매력에 젖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이후로, 하루에 30분이라도 비교적 꾸준하게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통대 입시를 준비하기 전까지는 정치, 경제 등 시사적인 내용에 관심이 별로 없었던 데다, 영어의 언어적인 면에서의 특징에 더욱 흥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9월 무렵에, 영어를 좋아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말고 좀 더 전문적으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TESOL을 전공하거나 교육대학원 영어교육과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산점이 있다기에 그해 12월에 토익에 응시했는데, 955점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들뜨기도 했지만, EBS귀트영과 입트영을 청취하면서,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제 실력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프로그램 모두 진행자가 통번역대학원 출신이어서 막연했지만, 통역사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서서히 자리하기 시작했습니다.
2. 이창용 선생님의 ‘통대 입시 특강’
귀트영과 입트영을 두 달여에 걸쳐서야, 겨우 한 달 분을 끝내던 정도의 속도로, 혼자서 공부를 하던 중 5월 말 경에 통대 입시 특강 소식을 접했습니다.
두 시간 가량 이어졌던 특강은 오히려 영어 실력보다는 통역사가 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더 초점이 있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동경해오던 통역에 대한 매력을 한껏 키워준 특강이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많이 늦었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도전하고픈 마음이 더 컸습니다.
특강을 다 듣고 난 후, 통대 입시가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서 준비하기엔 아주 벅찬 도전이라는 것 역시 깨닫고서, 6월부터 학원 수강을 시작했습니다.
3. 수업 내용 복습 위주의 학습
6월 한 달은 정말이지 “괴물들과 함께 수업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괴물이라고 해서, 나쁜 의미가 아니라, 실력 면에서 모두들 너무나 대단해 보였다는 것입니다. 저는 50%도 채 못 알아들은 것을 거의 다 이해하고 영한통역을 하는 분들이나, 저는 우리말 내용도 기억하기 벅찬 상태인데 한영통역을 해내는 분들을 보면서,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 실력이 너무 보잘것없어 보였습니다. 태어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제 자신이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좌절감도 많이 느꼈습니다.
이런 탓에, 감히 스터디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에게 시너지 효과는커녕 혹 짐이 될까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전엔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업 내용을 ‘제대로’ 복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스터디를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2차 시험 직전에 한 차례를 제외하곤 따로 스터디를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수업 내용만 소화하는 것도 벅찼습니다. 수업 시간엔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설명해낼 수 있을 만큼’ 이해하지 못한 것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거의 매일, 때론 수일 전에 끝난 자료에 대해서도 질문을 하곤 했습니다. 선생님께 죄송할 정도로 자주 질문을 했었던 게 생각납니다.
복습은 수업 자료 상단에, 거쳐야 할 단계들을 순서대로 나열해서 적어 놓고 완수하면 V표 체크를 해두는 식으로 점검해나가며 복습했습니다.
가령, 영한통역 자료의 경우엔,
전체 청취( )->영한통역 1차 시도( )->스크립트 분석 및 부분적인 재청취( )->전체 청취( )->영한 통역 2차 시도->영영 시도( )
한영통역의 경우엔,
문단별 우리말 소리 내어 읽고<녹음> 한영 통역 1차 시도( )->문단별 우리말 녹음 내용 듣고 한영 통역 2차 시도( )->통역 예문 분석 및 통암기 2회( )
R/C자료의 경우엔,
지하철(학원에서 도서관까지 1시간가량 소요)에서 정독하며 질문할 내용 체크하기( )->해설 자료 및 답변 내용 바탕으로 정독 후, 속독 연습하기( )
와 같이 단계적으로 복습함으로써, 하나라도 대충 넘어가지 않도록 유념했고, 이미 공부한 것에 대해선 ‘기억 안 나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을 모두 떨쳐내며 확실하게 미련을 버리도록 했습니다.
복습을 제대로 해나간다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이창용 선생님이 선정하신 자료들에 담긴 여러 정보들과 다방면의 지식들이 제 사고 방식이나 생활 속에 하나하나 유용한 형태로 네트워크를 이뤄가는 게 즐거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한 것 외에, 한영 통역 자료의 경우에는, 스터디를 하지 않고 혼자서 공부하는 것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제 목소리를 직접 녹음하고 녹음한 파일을 식사 시간이나 길을 걸을 때 등 자투리 시간에 쉐도잉 하듯이 들어보며 표현 암기하는 방식으로 제 부족한 점을 메워나갔습니다.
이렇게 하게 된 계기는, 한 번은 이창용 선생님이 같이 점심 먹는 도중에 낭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셨을 때 무척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마침 그 때 제 영어에 경상도 억양이 종종 섞여 나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AAT와 같은 영어 억양 관련 서적을 참고해서, 전체 내용을 큰소리로 최대한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만족스러울 때까지 몇 차례 반복해서 녹음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개당 1시간씩 걸리기도 했는데, 점점 요령이 생기면서 시험일이 가까워올 무렵엔 20여분 만에 녹음이 끝나기도 했습니다.
1차 시험 합격 발표 전까지 이렇게 녹음을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100여개나 되더군요. 이렇게 녹음해둔 파일들을 2차 시험 전까지 매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쉐도잉하며 표현을 암기했는데, 녹음할 땐 많이 번거롭고 목도 자주 아팠지만, 억양을 조금이나마 더 개선하고 안정된 어조로 말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번역의 경우엔, 시험을 한 달 여 앞두고 양시래 선생님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시간 안에 써내지도 못할 뿐더러, 특히 한영번역의 경우, 어휘력이 너무 달려서 또 다른 복병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복습 시간에 양시래 선생님의 설명을 다시 되뇌며, 우리말과 예시 번역을 철저하게 비교분석 해나가면서, 역시 즐거운 가운데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미비한 번역 실력에 한탄할 때도 많았지만, 양시래 선생님이 내주신 예시 번역문의 간명함과 명료함에 감탄하며 하나 둘 번역 방식들을 흡수해나가다 보면, 한탄하던 마음은 금세 달아나곤 했습니다.
4. 후기 <마음과 몸 관리의 중요성>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한 편에선, 제가 제 실력보다는 운이 무척 좋았던 덕에 합격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1차 시험의 경우, 정말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 밖에 못했습니다. 2차 시험의 경우에는, 평소 수업 시간에 공부했던 것보다 수월한 내용이 나온 데다, 당황스럽게 하거나 긴장감을 유발하는 상황이 적잖이 있었지만 제 특유의 임기응변으로 충분히 대처할 만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위 ‘운’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잘 따르기 위해선 평소에 마음과 몸 관리를 제대로 꾸준히 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공부하는 내용이 동일하고, 분량도 다르지 않으며, 투자하는 시간 역시 똑같더라도, 마음과 몸이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실제적인 흡수력과 익힌 것의 장기기억 가능성, 활용 능력 등에 큰 차이가 생긴다는 것,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자꾸만 암기하고 있는 표현 개수, 통역 훈련 횟수 등 ‘눈에 보이는 것’에만 너무 목을 매게 됩니다. 시간에 쫓긴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초조해지면, 공부만 하느라 막상 몸 관리에는 소홀하기 쉽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상태를 돌아보는 것은 아예 뒷전으로 미루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험 당일 날 같이 무척 긴장되는 날에도 탈나지 않고, 장시간 동안 시험을 치러도 체력이 거뜬하도록 준비해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실력 발휘 면에서 분명 차이가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긴장하지 않으면, 합격할 거야!’라든가, ‘내가 모르는 게 적게 나오면 합격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준비해온 사람과, ‘긴장하게 되면, 이렇게 대처해야지...당황하게 되면 저렇게 대처해야지!’ 혹은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이 나오면, 이런 식으로 덤벼보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준비해온 사람 간에도 준비 방식은 물론 실전 대처 능력에서도 적잖은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사실, 저도 종종 좌절감에 빠져 우울해하기도 하고, 꾸준히 해오던 운동도 이따금 빼먹곤 했는데, 시험을 두 달여 남겨 놓은 어느 날, ‘합격 프로젝트-마음 다지기’라고 이름 붙인 일기를 쓰다가 확실한 생각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날은, 한영통역 시간에 정말이지 한 마디도 제대로 떼질 못해서 “실제 시험장 가서 그러면 그냥 바로 끊어버립니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시험이 코앞인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정말 아무 것도 못하겠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생각을 정리하다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쓰게 되었습니다.
...남은 67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공부 분량만 놓고 보더라도, 내가 합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이제 내 목표는 합격에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물론,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래야 한다. 그러나 합격하기까지 남은 시간, 합격을 향해 보내는 시간 자체도 내 인생의 중요한 단편이지 않은가? 합격만이, 합격하는 그 순간만이 의미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러기에 지금의 시간들을 내 인생의 한 단편이자, 내 인생 전체의 축소판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젠, 내 인생의 어떤 한 큰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일종의 ‘싸움의 날’을 향해 달려가는 내 마음자세와 대처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인 것 같다.
피할 수 없고, 패할 가능성이 다분한 큰 싸움을 앞두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인가? 열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떤 모습으로 싸우고 싶은가?
더 나아가 내 인생 전체를 놓고 생각해 볼 때, 늘 승리할 수만은 없고, 늘 준비되고 갖춰진 상태에서 싸움에 임하는 것만도 아니며,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싸움에 나가야 하고,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훈련했더라도 승리를 확실할 만큼 전력이 신장되지 않은 채 결전의 날에 맞닥뜨려야 하기도 하는,
이 인생이라는 싸움의 장에서 맞이한 지금의 이 시간을 과연 나는 어떻게 보내는 것이 합당한가?...
이렇게 자문자답해본 시간을 가지고 나서야, 비로소 이창용 선생님이 늘 하시던 말씀대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영어가 던지는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새롭게 익힌 것들을 ‘뿌듯한 마음으로 소화’해내는 mind-set이 중요하다. 그러면 실전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할 수 있다.”
이제는 이창용 선생님이 식사 자리에서 이따금
“통역사들은 교만해지는 것을 아주 경계해야해. 조금만 방심하면 우쭐대기 쉬워. 직업 특성상 너무 따지기 좋아하고 쪼잔해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해. 무엇보다 즐겁게 공부하는 게 가장 중요해.”
라고 충고해주신 것을 마음속에 잘 붙들어, 여전히 마음 관리에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부족한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계속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Prepare plans by consultation, And make war by wise guidance.”
(Proverbs 20:18 <NA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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