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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010학년도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 | ||
수강강좌(교수님) | () | 평 가 | |
등록일 | 2015.12.21 | 조회수 | 2,174 |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송영주, 2010학년도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
저는 순수 국내파입니다. 외국에 연수나 교환학생은 간 적이 없습니다. 그저 영어가 너무 좋아서 영어에 빠져 사는 학생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팝송을 많이 들려주셨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가 좋아졌습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영어를 배우러 학원에 간 적도 없었지만, 밤새 혼자 팝송을 해석하고 따라 부르고 외우면서 저도 모르게 발음도 교정이 되고, 공부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성공시대라는 TV프로그램에서 최정화 교수님이 나온 걸 봤는데, 그때 통역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언젠가는 꼭 통역사가 되리라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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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대학원 준비를 하기 전에는, 영어공부를 공부라고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재미로 공부를 했습니다. 영화나 미드를 보면서 대사를 따라 하고 외우거나, 궁금한 표현이 있으면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항상(지금도) 이 말은 영어로 어떻게 할까, 혼자 중얼거리거나 머릿속으로 영어로 말해보곤 했습니다. 또 자막 없이 영화나 미드를 보는 것도 공부나 스트레스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서, 갈 수록 잘 들리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 전공이 영문과여서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특히 원어민 교수님들의 영어수업을 많이 들었습니다. 한국어 대학강의 수준의 수업을 영어로 들으면서도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통역대학원 준비를 하기 전에는 이 모든 것들이 재미있고,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공부를 시작하면서도 자만감이 있었습니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금방 늘거야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토익도 이미 만점을 몇 번 받았었고,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잘 들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리스닝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갈수록 내가 얼마나 큰 착각을 했었나 깨닫게 됐습니다. 특히 작년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양선생님 반에 있었는데, 네이트가 불러주는 패시지를 들을 때 마다 땀이 삐질삐질 났습니다. 한 단락이 통째로 안 들릴 때도 많았습니다. 스피킹은 더 어려웠습니다. 영한은 그런대로 할 수 있었지만, 한영을 할 때가 문제였습니다. 실력도 문제였지만,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도 막상 발표를 할 때면 긴장해서 입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색한 한국식 영어를 하거나, 세세한 문법이 많이 깨졌습니다. 이렇게 발표할 때마다 자꾸 틀리다 보니, 자신감이 점점 더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름에 은천성 선생님 입시반으로 옮겨갔는데, 이 때부터 1차 시험 때까지는 발표를 거의 3번 정도 밖에 안 했던 것 같습니다. 기회가 있었는데도 패스를 많이 했습니다. 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험준비
작년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입시반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은 4월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는 듣기를 할 때, 항상 통역하는 마음으로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어떤 기사를 듣거나 읽을 때도 어떤 표현을 쓸 때 정관사를 붙이는지, 단수를 쓰는지 복수를 쓰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연습을 할 때도, 영어기사를 듣고 통역하는 것을 녹음해서 들어보는 식으로 목소리나 한국어를 할 때 부족한 점을 가다듬기도 했습니다. 처음 한달 동안은 한한, 영영 스터디를 했습니다. 공부를 몇 달이나 쉬었기 때문에 메모리스팬을 다시 늘리고, 좋은 표현들을 익히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5월은 혼자 공부를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하기 전에 혼자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듣기를 할 때, 두세 문장 정도를 듣고 따라 하고, 그런 다음 외워서 말해보고, 앵커의 억양과 쉬어 읽는 곳까지 맞춰가면서 연습을 했습니다. 이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표현도 익히고 그 표현을 쓰면서 플로우도 유지하는게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감도 조금씩 다시 생겼습니다. 6월부터는 이창용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 수업이 정말 저한테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 거리감이 없으신 선생님 덕분에 특히 제가 발표할 때 긴장되어서 잘 하지 못했던 한영을 더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꾸 발표를 하다 보니, 발표자체 때문에 긴장하는 일은 줄어들었습니다. 스터디는 주로 수업자료를 복습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새로운 자료를 찾아서 스터디를 하시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제 스터디파트너와 저는 특별히 수업시간에 자료를 다 커버하지 않은 이상은 새 자료로 스터디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영한 듣기자료도 남은 자투리 부분을 스터디로 커버하고, 좋은 표현은 서로 의견을 내가면서 했습니다. 한영은 수업자료를 전부다 다시 연습했습니다. 이때 통역을 끝내고 크리틱을 할 때 서로 좋은 표현을 내 놓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습니다. 시험 한달 전쯤에는 연습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서로 쉽지만 영어다운 표현을 생각해내고 공유하면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리딩과 라이팅도 거의 수업자료를 중심으로 봤습니다. 선생님께서 주시는 자료만 모두 꼼꼼히 봐도 다른 자료를 공부할 시간이 남지 않을 정도로 양이 방대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양질이고 다양한 출처에서 나온 자료이기 때문에 제대로만 공부한다면 다른 것을 많이 보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1차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스터디는 일주일에 두 번만 하고, 1차 준비에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때부터는 제가 아는 영어뉴스, 영어방송 사이트에 있는 듣기에 스크립트가 붙은 자료를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루에 최소 스무 기사 정도는 들었습니다. 특히 한번만 듣고 기억해내는 연습을 많이 했고, 한 주제가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모두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VOA사이트가 특히 좋았는데, 독특하고 산뜻한 주제가 많고 길지 않으면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PBS도 다양한 주제의 자료를 스크립트까지 같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리딩은 선생님이 주신 자료로 시간을 맞춰놓고 시간 안에 제대로 읽고 파악하는 식으로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출문제를 시험처럼 풀어보고, 틀린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희한하게 한번 틀린 문제는 다시 풀어도 또 틀리게 되어서, 정말 제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정답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왜 그 문제가 틀렸는지 확실히 이해가 갈 때까지 생각했습니다. 한국어는 한국어 문법 100제가 나온 자료가 있었는데, 그 자료를 대여섯 번 정도 보면서 외웠습니다.
시험
1차 시험은 한국어가 예상 밖으로 너무 어려웠습니다. 시간 안에 겨우 맞춰 풀 수 있을 정도였고, 한자가 너무 어려워서 오히려 다들 어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자문제는 큰 걱정을 안 했습니다. 영어시험은 시험지를 받아보니 한번도 보지 못한 유형의 문제가 처음부터 나왔습니다. 대화체였던 것 같은데 대화를 하다가 마지막 단어부분에 “띵” 소리가 나고 거기에 들어갈 단어를 찾는 형식이었습니다. 듣기의 난이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그래서 집중력을 잃고 한 문장이라도 놓치면 엉뚱한 답을 고르게 되는 문제였습니다. 리딩은 일반적인 주제들이 나왔습니다. 다른 분들은 난이도가 크게 어렵지 않다고 하신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시간을 겨우 맞춰 풀 정도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선생님 말씀대로, 확실히 풀 수 있는 지문에서는 정답을 다 맞추자는 생각으로 풀었습니다. 어떤 주제가 나왔는지는 시간이 너무 지나서 잊어버렸습니다. 저를 가장 애먹였던 지문 하나만 생각이 나는데 맥도날드에서 파는 프렌치프라이에 사용하는 감자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과학자들이 감자종을 계속해서 개량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큰 성과가 없고 과학자들을 애먹이고 있지만, 좋은 종이 나오기만 하면 대박을 터뜨릴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1차를 치르고 나서 불안반 기대반으로 2차반을 등록했습니다. 2차 준비를 할 때 처음으로 다른 파트너들과 연습을 했습니다. 올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부터 저는 단짝과만 계속해서 스터디를 해왔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니 색다르고 또 새삼 긴장도 더 되어서 이것도 2차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2주 동안 준비하는 기간에는 아는 표현들을 확실히 익히는데 중점을 두었고, 또 연설문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연설문에 자주 나오는 표현들도 익혔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는 욕심내지 말고 평소만큼만, 그리고 목소리는 또랑또랑하게, 몰라도 자신감있게라는 말을 항상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통역을 연습했습니다.
2차 시험으로 저는 하루에 번역, 에세이, 그리고 통역시험까지 다 보았습니다. 번역시험은 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영어에세이가 의외의 주제가 나와서 좀 당황을 했습니다. 해운대 사건을 통해서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라는 것이었는데, 필요한 표현들을 생각해 놓지 않아서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안락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정리가 되어 있어서 시간도 남을 정도로 넉넉히 썼는데, 영어에세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데만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그래서 조금 짧게 쓰는 대신 문법이 깨진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데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에세이까지 다 제출을 하고 급하게 통역을 보러 갔습니다. 시험을 보는 건물 2층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이때 우리 반 사람들끼리 같이 대기를 했습니다. 혼자 있었더라면 더 긴장되고 불안했을텐데, 함께 대기를 하고 있으니 긴장도 풀고 마음이 한결 편했습니다. 제 바로 앞사람이 통역을 하러 들어가자, 저는 1층 시험장 앞에서 대기를 하러 내려갔습니다. 보조하시는 선배분께서 긴장을 한 티를 내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욕심내지 말고 평소만큼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자신감 있게!’를 외쳤습니다. 제 순번이 되서 들어가자, 앞에는 외국인 남자교수님, 한국인 여자 교수님, 한국인 남자 교수님 이렇게 세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앉자, 바로 외국인 교수님께서 질문을 시작하셨습니다. 맨 처음에는 가볍게 영문과인지를 물어보셨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질문이 심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어서 한국 영문학과생들은 영문학을 싫어하던데, 너도 그러냐고 물으셔서 저는 문학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어떤 문학가를 좋아하냐고 물으셨습니다. 갑자기 조금 당황했지만, 제가 평소 좋아하던 시인인 William Blake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자 또 왜 그 사람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Blake가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좋아하고, 특히 빈자와 부자를 대비할 때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예전에도 인터뷰에 대해서 듣긴 했지만, 이렇게 교수님이 질문을 하실 땐 별생각 없으신 것 같지만, 사실은 계속 심화를 시키시기 때문에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로 영한 통역을 들어갔습니다. 그 외국인 교수님께서 육성으로 읽어주셨는데, 그렇게 목소리가 크진 않으셨습니다. 옆에 계신 남자교수님께서 읽는 도중에 점퍼를 입으셨는데, 그 바람에 한 문장을 잘 듣지 못했습니다. 내용은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길이는 잘은 모르겠지만 네 다섯 문단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고, 특히나 수상금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서 관심이 몰리고 있다. 대통령이 수상 발표가 난지 얼마 후에 입장을 밝혔는데, 그 돈을 모두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연봉이 많기 때문에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기부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자선단체를 만들어서 거기에 기부를 하는 것이다. 이미 민주당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기부를 했다. 두 번째는 기존의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기부를 했다. 예를 들어 엘 고어 전 부대통령은 환경단체에 기부를 했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도 사회운동 단체에 기부를 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중간에 말이 꼬여 버벅 거렸는데 일부러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웃으면서 다시 말했습니다. 교수님들께서는 표정에 변화가 없으셔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기에, 그냥 교실에 울리는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안정감 있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한영을 했습니다. 한영은 제가 읽고 영어로 통역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세 문단 이었고, 어린이 비만에 관한 주제였습니다. 점점 더 많은 어린이들이 비만이 되어 가고 있고, 이 아이들이 커서도 비만으로 고혈압 등 성인병을 앓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아이들 먹거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좀더 종합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가정과 학교, 정부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도록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뒤에 한 문단이 더 있었는데, 교수님과 눈을 맞추다가 그 문단이 다 날아갔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백지가 되서 그냥 종합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끝을 맺어버렸습니다.
2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마음 수양도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나 자만하는 순간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시험준비 기간 동안 영어가 싫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력이 늘지를 않아서 너무 괴롭고 내 자신이 싫을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조금 잘한다고 잘난 기분이 들 것도 없고, 못한 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창용선생님과 양시래 선생님 정말 감사 드립니다. 이창용 선생님 덕분에 통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많이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해 주신 조언들, 잔소리들(ㅋ), 정말 실질적인 것들이라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양시래 선생님, 처음 들었던 수업이 선생님 수업이었는데, 선생님을 통해 통역에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내내 스터디파트너였던 단짝 성희언니, 정말 고마워요. 언니를 만나서 고된 수험생활 그래도 잘 버텨낼 수 있었어요.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상세하게 적다 보니 너무 많이 적어버렸네요.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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