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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010학년도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 | ||
수강강좌(교수님) | () | 평 가 | |
등록일 | 2015.12.21 | 조회수 | 1,929 |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김수연, 2010학년도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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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일단 처음 공부 시작할 당시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서울 4년제 대학 영문과 졸업
-해외 체류경험 약 10개월 (미국 교환학생)
-시작할 시기 공인 어학점수 토익 900점 대 초반
저는 그냥 영문과를 나온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과 내에서나 미국에 갔을 때나 그룹 안에서 ‘저 애는 영어를 참 잘한다’라는 말은 별로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달랐던 면은 굳이 꼽자면 말하는 것이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발표도 별 거부감 없이 곧잘 하는 편이었다는 것 정도입니다. 사실 처음 이 공부를 시작 하게 된 것도 어디 가서 다른 건 몰라도 ‘저 영어는 잘해요’ 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해 보고 싶다, 그게 가장 주된 이유였습니다. 지금도 한없이 모자란 데 합격한 거 같아서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영어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말하는 것, 글 쓰는 것,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에 끊임없는 재미를 느끼고 논리적인 사고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작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통번역 공부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학원 수강 자체도 난이도가 있기에 ‘내 실력으로 될까’ 라는 생각은 저도 처음에 한 생각이었고, 지금 이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 모두 하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재미를 가지고 공부하면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공부라고 생각하니, 지레 걱정하시는 것 보다 한번 시작 해보고 느껴 보신 다음에 생각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2차 준비>
저는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꼬박 2년을 준비해서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처음 1년 초반 6개월은 은천성 선생님의 길라잡이 반 수업을 두 달 들으면서 대략 통번역 공부가 어떤 것인지 감을 잡았습니다. 처음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으시는 분들이 들으면 좋은 수업 같습니다. 그 후 약 4개월 정도 은선생님의 시사청취반을 수강하면서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필사와 연설문, 뉴스 외우기, 리딩, 리스닝 정도를 적당한 양을 정해서 공부했습니다. 필사는 꾸준히 하다 보면 영어 스트럭처와 문법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어 좋은 것 같습니다.
그 후 양시래 선생님의 기초종합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양시래 선생님은 비교적 여유롭고도 깊이 있는 수업방식으로 ‘아 이런식으로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서 선생님이랑 영어공부만 하면서 살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영어에 대한 재미를 붙여주신 분입니다. 굉장히 박식하신 분이고 특히 번역에 굉장히 뛰어나신 분입니다. 보통 공부를 하게 되면 언어 고유의 스타일이 있고 이것을 다른 언어로 옮기며 그 본래의 맛까지 살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데, 양선생님은 굉장히 한국어다운 문장을 쉬운 표현을 써서 굉장히 영어다운 문장으로 번역하시는 데 뛰어나십니다. 양선생님과 공부하면서는 한국인이 쉽게 캐치하기 어려운 영어의 뉘앙스나 영어적인 사고로 문장을 만드는 법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 뒤 약 7,8개월 정도 이창용 선생님의 실전반을 수강하였습니다. 사실 수기를 쓰기 부끄러울 정도로 저는 비법이란 게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시키신 거 이외에는 거의 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통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이선생님은 여러 가지 중에서도 3가지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매일 방대한 양의 자료를 체크하시고 그 중 이슈가 되는 다방면의 기사들과 질 좋은 아티클을 모아서 수업을 진행하십니다. 그래서 수업 하루 하루가 굉장히 힘들고 복습과 숙제만 해도 하루가 다 갑니다. 하지만 그만큼 주어진 양만 소화해도 다른 공부가 필요 없을 만큼 양과 질적인 면에서 소스를 받쳐주는 수업을 진행하십니다. 둘째는, 각 학생의 강점과 약점을 빠르게 파악하셔서 좋은 크리틱을 자주 해주십니다. 크리틱 와중에도 모범 답안을 내주시기 보다 ‘이거 말고 또 더 좋은 표현 없냐’며 끊임없이 생각하는 수업을 진행하시고 학생들에게도 많은 참여 기회를 주십니다. 셋째로, 선생님이 종합반과 함께 여름 즈음부터 진행하시는 모의고사가 정말 질이 좋습니다. LC나 RC 모두 시험경향을 분석하고 나올만한 이슈를 감안해 한 문제 한 문제 모두 직접 만드시는데, LC의 경우 녹음하는 성우가 따로 있고, 시험 난이도나 스타일도 진짜 시험과 매우 유사해 1차 시험을 치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터디 파트너와 매일 수업에 나간 분량을 복습하였습니다. 신문을 보고 ‘한-한’, LC수업 들은 것으로 ‘한-영’을 두어 개 씩 했고 5월 즈음부터는 수업 때 했던 통역스터디 2시간을 추가했습니다. 그 외에 대 여섯 명이서 주말 스터디를 꾸려 일주일에 1번 문장구역과 통역 연습을 했습니다. LC와 RC는 거의 혼자 했고, 여름 정도 부터는 LC는 ‘길게 잡아 내용을 가능한 한 많이 기억하기’ 에 주력했고, RC는 ‘제한된 시간 안에 한번 빨리 읽고 내용(그리고 뉘앙스, 의도 등) 잘 캐치하기’에 주력했습니다. 모의고사는 점수가 잘 안 나왔지만 연연하지 않으려 애 쓰면서 시험 스타일이나 속도, 단어숙어 등을 공부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고 막판 한 두 달 전에는 지난 10년간의 기출을 두 번 정도 풀어보았습니다. 작문은 양시래 선생님의 작문 수업을 일주일에 한번(3시간) 듣고 복습하였습니다.
하루에 수업에서 LC를 9개정도 나가는데 하나당
-일단 듣고, 적당한 데서 끊어서 영한 통역 해보기 (안 들리면 반복청취)
-다 듣고 난 다음 한국말로 전체 내용 요약 (관련 한국뉴스 검색- 좋은 한국표현 익히기)
-그 한국말 요약을 영어로 다시 요약 (외우는 게 아닌 내가 가진 단어, 표현들로)
-유용한 표현, 단어 외우기
-나중에 신문보다 비슷한 내용(한글)나오면 영어로 문장구역 해보기 (이건 가끔)
이런 프로세스로 공부했습니다. RC는 너무 주옥 같은 글이다, 싶으면 가끔 필사했습니다.
<시험문제>
-1차 한국어시험
예년 수준에 비해 난이도가 갑자기 어려웠습니다. 상당한 양의 문제가 한문문제였는데 확실히 알지 못하면 부수로 때려 맞추거나 할 수 없는 문제였고, 속담, 한국어 등 다른 문제도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논문조의 글이 지배적이었고 주제는 문화의 정통성, 언어의 상대성, 구한말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게 통탄스럽다는 내용의 한자와 옛말이 섞인 글 등 생소한 글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학생이 시간도 넉넉치 않았던 것 같고 해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분들이라면 많이 어려울 수 있었던 시험이었습니다.
-1차 영어시험
작년에 학구적이고 철학적인 글이 많이 출제된 데 비해 이번 해에는 실용문 위주였습니다. 듣기나 읽기 둘 다 풀기에 너무 어렵다 싶은 글은 없었고 시험을 본 사람들의 지배적인 의견이 푸는 내내 “아, 다른 사람들은 잘 보겠다..” 싶은 마음이 드는 시험이었다고 합니다. 대신 거의 10년간 나온 적이 없는 문제방식이 듣기 첫머리의 20문제 정도를 차지해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지문이 나오고 마지막 단어가 “띵동” 처리가 되고, 그 띵동에 무슨 단어가 들어가는지 맞춰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성우의 억양이 이상하진 않았고 그 외의 문제도 모의고사나 기출에서 일반적으로 나오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읽기는 지문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 7-8개 되는 걸로 기억) 대부분 실용문이었고 대신 여러 가지 성격의 글이 많이 나와 다방면으로 읽어온 사람들에게 유리한 시험이었습니다. 시간도 막 모자라진 않았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사용하는 감자 품종에 대한 내용 (일반적인 설명문)’
‘요리 등급 매기는 평론가에게 뇌물을 주는 식당 이야기(평론가가 쓴 사설스러운 글.. 전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꼬아서 이야기 하는 방식이어서)’,
‘춘분과 추분에 대해 (렉처형식)’,
‘미국 노동자인가?가 잡지에 쓴 기고문’,
‘하지 동맥류에 대해(뉴스?광고기사 형식? 대체로 설명문)’… 정도 생각나네요.
듣기나 읽기 모두 단어나 문장의 뉘앙스를 묻는 내용이 많이 나왔고, 그런 것은 모의고사에서 많이 대비한 편이라 당황하지 않고 풀었던 거 같습니다.
<2차시험>
-한영번역
‘우리 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급속한 현대화가 되었지만 시민 의식은 미성숙하다. 그래서 사회 곳곳에서 소화불량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내용이 나왔습니다. 단어나 문장 자체가 어려운 것을 요하는 건 아닌 아티클이었고, 전체 길이도 양시래 선생님 번역시간에 한 것 보다 짧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깨끗하게 빨리 다 써야 된다는 압박감에 번역시험 전체적으로 원래 쓰던 실력보다 못 쓴 것 같습니다. 평소에 시간 제한을 두고 볼펜으로 쓰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영한 번역
‘현재 세계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데 사실 불황은 경기 사이클 중 일부일 뿐이다. 우리는 이런 불황시기에 회사를 개혁해서 살아남아야 하고, 불황이 끝났더라도 다음 불황을 견딜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 정부에서 본 결과 기업은 미국 정부에게 잘 못하고 있다. TF에 사람이 필요해서 사람을 보내달라고 하면 일개 관료를 보내고, 돈 필요해서 정부에 로비하러 갈 때는 회사 CEO가 온다. 나중에 불황 왔을 때 우는 소리 하면서 올 때 알아서 해라..우리는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라는 글이었습니다.
‘일개 관료’ 가 깔끔하게 단어 해석이 안되어서 공란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쓴 뒤 모르고 제출해버리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시험 마지막 5분 전에는 찬찬히 읽으면서 체크하여야겠습니다.
-영어 에세이
인터넷 해적질에 대한 글이 나왔습니다. 한창 이슈가 되었던 영화 ‘해운대’ 얘기.. 어떻게 생각하는지 써라.. 라고 나왔습니다. 미처 준비 못한 주제라서 일반론으로 풀어나갔습니다.
-한글 에세이
존엄사 합법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 쓰기가 나왔습니다. 전에 봐둔 주제라서 비교적 쉽게 써나갔습니다.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합법화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라는 논리였습니다.
-면접
들어가니 남자 외국인 한 분, 여자 교수님, 남자교수님 총 세분이 계셨고 ‘오래 기다려서 힘들지 않느냐’고 영어로 물어보셨습니다. 어떤 분은 ‘영문과인데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고 이유가 뭐냐’라는 등의 긴 설명이 필요한 걸 물어보셔서, 아무래도 기본적인 질문 몇 가지는 영어로 생각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영한은 여자교수님께서 읽어주셨습니다.
“이제 미국 몬타나 지역에서 늑대 사냥 시즌이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늑대는 동물 중 유일하게 사냥을 유희로 (sport)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이 사실일까? 아니다. 늑대는 사냥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두는 것이다.”
라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엄청나게 듣기 어려운 글은 아니었지만, 육성으로 빠르게 읽어주시고, 생소한 주제라서 마냥 쉽지는 않았습니다. 육성으로 듣고 영한 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한영은 두 개중에 하나 뽑아서 나온걸 자기가 읽고, 영어로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자전거 관련 정책이 많이 나오고 있고 다른 선진국들도 나름의 자전거 정책을 수립, 실행하고 있는데 각양 각색의 자전거 정책들이지만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전거 운전자의 시점에서 생각하여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식으로 자전거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나와 같은 여성 운전자도 마음 놓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신문 사설이 나왔습니다. 사설이 그렇듯 한국어다운 표현이 많았고 직접 읽고 해야 해서 빼먹은 것도 꽤 되는 것 같지만 대략의 중심 내용은 전달 한 것 같습니다.
길이는 영한은 보통 아티클 2문단 정도로, 그리 길진 않았던 것 같고 한영은 짧은 사설 하나를 통째로 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 진리다~ 라는 기분이 들도록 목소리를 크게 하고 눈을 맞춰가며 했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저 분들은 영어를 모르는 분들이고 내가 그냥 늑대사냥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 거다.’ 라는 느낌으로 영한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설의 경우 모르거나 표현이 생각이 안 나는 건 과감히 빼고 단순하게, 짧게 돌아가며 역시 설명해주는 자세로 한 게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이선생님의 ‘거짓말은 하지 말고, 불명료한 디테일은 그냥 빼라. 어차피 100% 다 전달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면 편하다. 중심내용과 흐름을 잡는 데 집중해라.’ 이 말씀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는 두 주제 모두 생소하지 않은 주제가 나와서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이선생님 수업 내내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하기 때문에 복습만 잘 한다면 말문이 아예 막혀서 아무 말도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 하다가 ‘이런 실력으로 통역사가 되겠다니, 누가 날 써줄까’라는 생각도 수천 번 들어서 좌절했고, 실력이 늘기는커녕 전보다 더 안 되는 날도 부지기수였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거 외에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보이진 않아도 하루 하루가 다 내 안에 쌓여가는 거다.’라고 생각하며 컨디션에 좌지우지되거나 너무 우울해지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너무 부족한 것이 많은데 입학의 기회가 와서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합니다. 들어가서의 공부가 벌써부터 겁도 나지만, 언제나 즐기는 마음으로 열심히 한다면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언제나 학생들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신 이창용선생님, 양시래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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